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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정보

아일랜드의 재미있는 티 문화-아일랜드 사람들은 물보다 차(tea)를 더 많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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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서 블랙 티(Black Tea)로 불리는 홍차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 중 하나이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 상귀권에도 항상 오르지만 차를 많이 마시는 나라로도 꼽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흔히 '홍차'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인도나 영국이다. 그런 나라들을 제치고 아일랜드 사람들의 일 인당 차 소비량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에 살면 살수록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차는 물보다도 더 친숙한 음료이며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2014년에 발표한 한 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연간 최대 16억 파운드를 소비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 인구가 아닌 개인당 차 소비량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위인 터키 다음으로 2위에 아일랜드가 버젓이 등장한다.

그래프 출처: http://www.theatlantic.com/international/archive/2014/01/map-the-countries-that-drink-the-most-tea/283231

그래프에 나와있는 대로 아일랜드 사람 한 명이 일 년에 소비하는 차가 거의 5파운드(약 2.3kg)에 이른다.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 2015년 전세계 차 소비량에서도 아일랜드는 당당히 2위를 차지하였다.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countries_by_tea_consumption_per_capita 참고)
이 양은 일 년 동안 약 1,200 컵 이상의 홍차를 마시고 하루 평균 3잔 이상의 홍차를 마시는 양이다.

큰 머그컵 당 300ml 티를 마실 수 있고 하루 3-4잔 정도 마신다고 계산을 하면 하루에 약 1000ml. 일일 수분 권장량을 홍차로 다 해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아일랜드 사람들의 목구멍 속으로 작은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찻물이 흘러들어가는 셈이라고나 할까?^^



아일랜드 사람들이 홍차(Black Tea)를 마시는 방법


일반적으로 티타임이라고 하면 굉장히 고상하고 우아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영국을 여행하는 사람들 중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데, 보통 일인당 30파운드(한화로 약 4-5만원) 이상이다. 한끼 식사보다 더 비싼 돈을 내고 티타임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고급스럽고 고상한 취미로 여길 수 밖에 없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차(tea)를 유럽에 수입할 당시만 해도 차는 황실, 귀족, 부유층 등의 전유물이었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영국의 애프터눈 티가 있었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 마시는 홍차는 매우 서민적이다 못해 물을 마시는 것만큼의 평범함을 지니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shemazing.net/tag/irish-tea)

아일랜드에선 성인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3~4잔의 차를 마신다. 특별한 손님을 대접할 때를 제외하곤 그들은 큰 머그컵에 홍차를 우려 마신다. 머그컵에 홍차 티백을 하나 혹은 두개를 넣고 뜨거운 물을 4분의 3 혹은 3분의 2정도 붓는다. 그 위에 컵이 가득차도록 우유를 붓는다. 그리고 취향에 따라 설탕을 1~2스푼 넣고 마신다.



(좌) 호텔의 애프터눈 티, (우) 가정집의 애프터눈 티


아일랜드의 고급 호텔이나 유명한 카페에는 애프터눈 티라는 이름으로 홍차와 케이크를 함께 판매하지만, 일반적으로 아이리시들은 블랙티와 스콘, 달콤한 쿠키류를 함께 먹는 것이 대중적이다.



아일랜드 차 문화의 역사


일 년 내내 바람이 많이 불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운 날씨 속에서 생활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따뜻한 차는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는데, 아일랜드 차 문화는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상인을 통해서 가져왔던 아이랜드 차의 품질은 영국의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품질이었다고 한다. 그 맛을 가리기 위해서 컵의 3분의 1만큼 우유를 더해서 마시기 시작했고 그게 오늘날까지 아일랜드 사람들의 차문화에 반영되어 있다.

1960년대 이후 마침내 아일랜드 차 회사는 중간 상인이 없이 직접 차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탄닌 함량이 높아 강한 맛을 내는 인도산의 아삼(assam) 티와 스리랑카의 가벼운 시론(Ceylon)을 혼합해 마시기 시작했고, 점차 아일랜드 가정의 아침을 맞이하는 음료가 되었다.



아일랜드 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홍차(Black Tea)

아일랜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가면 아이리시 블랙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홍차 이미지를 떠올리면 고급스러운 케이스 안에 잘 말려진 잎들이 들어있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아일랜드 마켓에서 살 수 있는 티들은 티백으로 된 저렴한 홍차가 대부분이다. (물론 선물용으로 고급스럽게 포장된 블랙티도 판매한다.)



티백의 모습도 마치 한국의 보리차 티백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다. 티백을 꺼낼 수 있는 실이 달려있지 않고 티백만으로 되어 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다 우려낸 티백은 티스푼으로 꺼내서 마시기도 하고 홍차 안에 넣은 채로 그냥 마시기도 한다.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는 크게 배리스티(Barry's Tea), 뷸리스(Bewley's), 라이언스 티(Lyons Tea), 푼자나(Punjana)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 가정에서 많이 소비되는 홍차는 라이언스 티(Lyons Tea)와 배리스 티(Barry's Tea)로 알려져 있다. 두 브랜드의 맛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라이언스 티는 더블린쪽에서 많이 마시는 편이고 배리스 티는 코크쪽에서 많이 마시는 편이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홍차 티백은 40개 들 이에 2-3유로 선이라 기념품으로 사기에도 부담 없는 가격이다.


아일랜드 주부들은 집에 화장실 티슈와 홍차가 떨어지는 것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재미있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이리시 집에 방문을 하면 그들이 처음 건네는 말은

"Do you want some tea?"

일 확률이 크다.^^


환경적으로 추운 날씨 덕분에 차를 마시는 것이 일반화 되었지만 오래전부터 발달해온 환대 문화도 그들의 차 문화를 발전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비 오는 날에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녹일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따뜻한 차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차 문화, 한 잔의 차 속에 그들의 환대와 우정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마신다면 그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글 by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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